※ 영화 OST가 갑자기 생각더군요. 한참을 듣다 영화까지 다시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예전에 봤던 영화임에도 영화 자체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미숙하기만 한 사랑에 대한 숙제를 조금 해결한 느낌이랄까. 없는 시간 쪼개서 일주일에 한편씩은 꼭 봐줘야 하겠습니다.
사진 속의 그녀는 언제나 아름답다. 세월의 잔주름을 마다않는 서글픈 현실의 자태가 무색할 만큼 사진 속의 그녀는 흐르는 세월에 밀려 달아나지 않고 항상 변함없는 그 시절에 머물러 지낸다. 현실보다는 기억이 아름답고 그녀를 사랑하는 일보다 떠난 그녀를 추억하는 일이 애절한 것처럼, 사진 속의 그녀는 그녀보다 아름답다. 참으로 언짢은 일이지만, 현실보다 낮선 사랑은 익숙한 그것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어느 낡은 공원의 추모석에 적혀있던, 먼저 죽어간 "앨리스"의 이름으로 자신을 대신한 것은 언젠가는 얻게 될 사랑의 상처가 자신 아닌 "앨리스"의 것이길 바랬기 때문일까. 채 시작되지도 않은 사랑의 언저리에서조차 이별을 가늠하던 앨리스의 모습이, 어찌된 영문인지, 낮설지 않았다. 사랑의 상처로 눈물을 흘리던 건, 그녀 자신이 아닌, 오로지 그 "앨리스" 였고, 이별을 슬퍼하던 건 그녀가 댄의 기억 속에 남겨둔, 오로지 댄에게만 존재하던 그 "앨리스"였다. 마치 "앨리스"가 유일한 사랑의 방법인 것처럼, 앨리스 아닌 그녀는 한순간도 댄의 곁에 머무르지 않았다.



"stranger."
스트립바의 그녀는 언제나 낮선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낮익지만 낮선 그녀의 입술로 떳떳하게 읊조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 곳에서 만큼은, 수없이 그녀의 이름을 말해도 누구도 그것이 그녀의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고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었다. "가질 수 없는" 그녀의 매력.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영원한 삶과 같은, 가질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랑은 낯선 만큼 뜨겁고 낯 익는 만큼 차갑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을 하는 이에게 익숙한 사랑은 서먹하고 서툰 이별은 달콤하다. 누구나 상상하는 사랑의 환상은 현실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초라하고, 비겁하며, 잔인하다.
영화는, 평소의 멜로답지 않게, 생각보다 쉬운 사랑의 권태와 유혹의 실체를 말하면서, 비현실적인 연애의 환상으로 사랑을 가늠하는 일이 남녀 관계에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과연 우리의 연애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한다.
이같은 연애의 음성적 기질을 가지고 사랑을 가늠한다면, 과연 우리의 사랑은, 누구나 꿈꾸는 사랑의 환상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우리는 좀 더 진심어린 사랑을 취할 수 있게 될까. [네이버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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